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8월 특별사면 직후 첫 출장지로 인도네시아를 택했다. 당시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이 39억달러(약 5조5000억원)를 투입해 조성하고 있는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현장을 둘러보러 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숨겨진 시찰 지역이 있었다.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롯데마트 간다리아점이다.
신 회장은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(부회장),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와 함께 이곳을 찾아 식료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점포 리뉴얼 계획을 보고받았다. 신 회장은 베트남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동남아시아 주요 공략 지역으로 지목했다. 이후 두 달여 만에 롯데마트의 인도네시아 유통시장 공략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.
롯데마트는 FIL 출범을 시작으로 K푸드를 무기 삼아 인도네시아 유통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구상이다. 호텔 출신 셰프 6명 등으로 구성된 FIL은 한식 등 다양한 상품의 조리법을 고안하고, 이를 제품화할 최적의 현지 협력사를 선정해 인도네시아 롯데마트만의 HMR을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.
송양현 롯데마트 인니도매사업부문 법인장은 “FIL에서 개발한 우수한 상품들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‘한식=롯데마트’로 인정받고, 나아가 인도네시아 최고 그로서리 전문점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”라고 말했다.
롯데마트의 인도네시아 대표 점포인 간다리아점에서 지난 7월부터 K푸드 20종을 판매한 후 이 점포의 전체 HMR 카테고리 매출은 70% 이상 급증했다.
인도네시아에는 49개 롯데마트 점포가 운영 중이다. 롯데마트 인도네시아법인의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80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.9% 늘었다.
롯데는 중국에서 뼈아픈 실패를 맛본 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. 한때 중국에서 100개가 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운영하던 롯데는 2017년 중국의 사드(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) 보복 조치로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해 현재는 사실상 철수한 상황이다.
이 같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롯데는 동남아 사업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. 베트남 호찌민에는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대형 복합단지를 짓기로 했다. 하노이 신도시 상업지구인 떠이혹에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복합쇼핑몰인 롯데몰하노이를 선보일 예정이다.
박종관 기자 pjk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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